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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추락, 식량 전쟁으로 번지나

파리=이성훈 특파원, 손진석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2-23 11:26

'사면초가' 푸틴, 밀 수출 통제
세계 5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루블화 폭락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자국산 밀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세계 곡물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번 경제 위기 후 처음으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벌어진 은행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자본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는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밀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24시간 내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곡물 수출 제한 카드를 빼든 것은 들썩이는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러시아 곡물 수출 기업들은 달러 확보를 위해 자국 시장에 대한 밀 공급을 줄이는 대신 수출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의 연간 적정 밀 수출량은 2800만톤이다. 하지만 최근 6개월 만에 이미 2100만톤이나 수출했다. 국내에 밀 공급이 감소하면서 정부가 재고 확보를 위해 구매하는 밀 가격이 50%나 급등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빵 가격도 10%나 뛰면서 서민층 불만이 쌓이고 있다.



당장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기 위해 식량을 무기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밀 수출 통제로 인해 세계 곡물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1일 미국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4.2%나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러시아의 수출 제한에 대한 우려로 지난 9월 말 이후 밀가격이 40% 가까이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루블화 폭락의 여파는 금융 시스템으로도 확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2일 중간급 규모 은행인'트러스트 방크'에 대해 300억루블(약 61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경제 위기 후 당국이 시중은행에 대해 구제 금융을 제공하기는처음이다.'트러스트방크'는 최근 예금 인출 요구가 잇따르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모스크바에선 은행 지점에 예금을 찾기 위한 고객이 긴 줄을 서고 있다”며 뱅크런 조짐이 있다고 보도했다.

구제 금융을 지원해야 할 은행이 속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자금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베르방크와 VTB 등 러시아 주요은행들도 부동산 대출 이자를 올리거나 신규 대출을 줄이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미 러시아 정부는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자체 보유하지 말고 시중에 내다 팔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이 “내년에 진짜 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드린 전 장관은 2000년부터 11년간 재무장관을 지냈다. 쿠드린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에 기업 부도가 이어지고 국가신용도가 정크(junk·투자 부적격)수준으로 떨어져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수도 있다”며“위기극복을 위해 푸틴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0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러시아 신용등급을‘Baa2’로 낮췄는데, Baa2는 전체 21단계 중 위에서 9번째이고 투자 부적격에서 불과 두 개 등급 높은 수준이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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